네팔에서 바라나시까지 - 14시간 버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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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숙(mar***)
- 201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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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은 네팔 룸비니에서 인도 바라나시까지 이동하는 것. 일정에는 10시간이라 나와 있었지만 하루 종일 계속된 안개와, 교통 체증으로 무려 14시간을 자동차로 달린 끝에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저녁 10시쯤에 시티인(city inn)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일정에 있는 요가 체험은 다음날로 미뤄야만 했다.
아침부터 자욱한 안개가 한 치 앞을 분간하지 못하게 하더니 오후에는 약간의 보슬비까지 내려서 바라나시로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은 흐릿한 흑백 사진처럼, 꿈결처럼 느리게 흘러 갔다. 룸비니에서 1시간 쯤 후에 우리는 네팔과 인도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이라 하지만 거대한 강이나 산이 나라와 나라를 구획 짓고 있지 않았다. 네팔로 물건을 싣고 가는 트럭들이 즐비하게 지나가는 도로 옆에 시골 간이 정류장 같은 입국 심사대가 지나가는 차를 세워놓고 입국 심사를 할 뿐이다. 군복처럼 보이는 정복을 입은 직원이 우리가 탄 차에 올라와서 한번 둘러보았을 뿐, 가이드가 내려서 우리 대신에 모든 절차를 마쳤다.
룸비니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400km의 길 옆에는 드넓은 평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때로는 유채꽃이, 밀밭이, 사탕수수밭이 노랑과 푸르름으로 우리를 반겼다. 2모작이 가능한 저 드넓은 평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수의 인도인이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함은 무슨 이유일까? 가진 자의 끝없는 욕심 때문일까? 인도 사회의 모순 때문일까? 도로변에 펼쳐진, 비바람만 겨우 가린 허름한 주거 공간과 생활고에 지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풍요로와 보이는 평원과 대조가 되어 더욱 안타깝고 안쓰럽다.
우리와 같이 네팔에 도착한 다른 여행사의 고객은 비행기를 타고 바라나시까지 편하게 이동했지만 세상에 꼭 편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법. 그들이 비행기 안에서 구름만 내려다 보고 가는 사이에 우리는 그들이 볼 수 없는 서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었다. 길가에 개떡처럼, 때로는 길쭉한 메주처럼 빚어 놓은 소똥으로 만든 연료를 보았고, 난방이 안 되는 차 안에서 추위를 느끼며 가는 우리를 비웃기나 하듯이 찬 물로 목욕하는 남자를 보았다. 시장에서 칼을 세워 놓고 생선을 날렵하게 손질하는 아줌마를 보았고, 교통 체증으로 다리 위에서 십여 분을 기다리면서 혹시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성수대교처럼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하고, 강가 저 편에서 시체를 화장하는 불길을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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