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상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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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가진(gaj***)
-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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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김현수 원장은 따뜻하고 똑똑하다. 지혜로운 사람같다. 처음 참통 연수에서 강의를 들었을 때 가슴은 뜨끈해지고 머리는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힘드시죠? 당신들은 이러저러하게 힘들거예요. 그건 이러저러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 그래요."
들으면서 아, 내가 그래서 그 때 그렇게 괴로웠구나, 힘들고, 아프고, 외롭고, 우울하고, 허전하고, 짜증나고 그랬었지. 그게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알았을 때, 반 이상은 앎으로 인해 치유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위안도 받고 격려도 받고 그러면서 스르륵 녹았던 경험이다.
저 분은 교사도 아니면서 어떻게 교사보다 교사맘을 더 잘 알지? 나 이거 참...뒷통수 벅벅 긁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다. 책을 통해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조근조근하는 '별'학교 교장으로서,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잘 녹여내어 선생님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있다.
사회의 시선도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선생님들 자신이 자신에게 호통치고 닦아 세우고 구박하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시선을 균형있게 취하게 하면서 불필요한 짐들은 벗겨준다. 하루하루 분투하는 우리를 알아봐준다.
협력자로서의 가정교육이 사라지고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배움의 본령으로서의 학교가,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졌음을 그래서 우리가 그 속에서 이리도 상처받고 있음을 알려준다.
특히 '노력이 강박이 되어 어느 순간에도 스스로 만족하거나, 자신을 인정하거나, 평온하다고 느낄 수 없다면 노력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이 절감된다. 얼마나 많은 주변 동료들이 강박적인 노력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고 동료를 칭찬하지 않고 채찍질만 해대고 있는지...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교사들의 모임에서 특히 이런 현상들을 많이 본다. 잘난 척도 좀 하고, 자뻑도 좀 하고, 남 탓도 좀 하면서 '뻔뻔하게' 자기를 챙기는 모습을 난 보고 싶다. 희생과 절제, 노력, 사명, 겸손, 반성 이런 것들로 하루하루를 빡빡하게 사는 모습이 이제는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고 답답하다.
이 책은 상처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치유로 가는 여정을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교사가 힘들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교사로서 과잉전략도 과소전략도 아닌 균형잡힌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교사 집단의 스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동료끼리 이해,공감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교사 혼자 있지 않을 것.
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특히 교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언이라고 정리하신 내용은 외우고 새기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하지만 내 책임이 아니라고도 생각하지 말 것.
내가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하지만 내가 가르쳐야 할 모든 것을 준비할 것.
교사라는 직업을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 하지만 세상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할 것.
모든 것이 교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 하지만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할 것.
내가 다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준비할 것."
힘들 때 머리 기대고 조금은 울어도 좋을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나를 나약하게 만드는 위로가 아니라 힘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위로를 주는 사람을 만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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